Ringo LAB Synthesizer 101 1기 수료생 싱어송라이터 ‘형광소음”

링고: 형광소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.

형광소음: 다른 거보다 이게 가장 힘들었어요. ‘난 대체 어떤 뮤지션이지?’하고. 저는 이번 3월에 싱글 ‘순수’를 발매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, 국내 새내기 뮤지션입니다.

링고: 싱글 ‘순수’는 어떤 곡일까요?

형광소음: 이 곡은 18년도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. 19년도 3월에 발매가 됐는데…

링고: 굉장히 오래 작업을 하셨네요?

형광소음: 네. 그때 초안을 만들다가 18년도 말에 ‘아, 이걸 싱글로 내야겠다’하고 비로소 맘을 먹었죠. 그 당시 ‘순수’란 자체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고찰을 했어요. 흔히 선하고, 깨끗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, 전 오히려 순수하니까 더럽고, 순수하니까 나한테 해를 가하는 건 아닐까,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.

링고: 뭔가 아이들이 떠오르네요. 선악의 경계가 아직 없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때론 잔인할 수도 있는…

형광소음: 네. 그래서 순수하는 표현이 좋은 표현만은 아닌 것 같고, 제 안에 있는 순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.

링고: 뭔가 혼탁한?

형광소음: 맞아요! 혼탁함이었어요. 선과 악이 공존하는. 그래서 뭔가 모호한 그런 느낌? 마치 제가 그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.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좀 위태로운 감정에 휩싸인.

링고: 그게 1년 내내 지속되신 건가요?

형광소음: 그 해 여름이요!

링고: 상당히 깊은 계기가 있었네요.

형광소음: 설명충이죠…

확고한 음악세계를 가진 형광소음

링고: 아닙니다! 명료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. 음, ‘순수’를 처음 들었을 때 제가 흥미로웠던 건, 라디오헤드(Radiohead)의 초창기 시절, 그리고 2000년대 초반 홍대 인디씬에서 ‘모던락’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사운드가 연상됐기 때문이에요. 20대 초반인 분이 그 시절의 감성을 구현한다는 게 저는 좀 의외였달까요?

형광소음: 네, 말씀하신 그 시절에 저는 초등학생이었어요. 그래서 홍대 클럽은 갈 수도 없고 음악도 몰랐죠. 당연하게도. 그래도 어쨌든 제가 음대를 나왔으니까 많은 음악을 접했는데, 그 당시만 해도 전 한국 흑인 음악의 획을 그을 줄 알았어요. 에리카 바두(Erykah Badu) 같은.

링고: 헉…

형광소음: 알앤비 소울을 엄청나게 잘 하는 보컬리스트가 되어야지! 하고 마음먹었었는데… 제가 노래만 부르는 건 심심해서 작곡과로 전과를 했어요. 그러면서 기타를 잡기 시작했죠. 그게 2017년이에요. 그래서 그전까지는 이런 음악을 들어보지도 못했어요. 한국의 에리카 바두,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될 줄 알았으니까.

링고: 전 그대로 가셨어도 참 좋았겠는데…

형광소음: ㅎㅎㅎㅎㅎㅎ 어찌 됐건 기타를 잡으면서 신세계를 접한 거죠. 그 후 “그래, 이거야!”하고 급속도로 빠져들게 됐어요.

링고: 그럼 얼마 되지 않은 거네요. 2년 남짓.

형광소음: 네, 최근이죠. 그래서 딱히 의도를 했다기 보다 무의식의 발현이었던 것 같아요. 기타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온?

링고: 기타의 역할이 컸군요. 그럼 특별히 기타를 잡은 계기가 있었나요?

형광소음: 원래부터 컴퓨터 음악을 계속했으니까, 신스나 미디 작업은 이미 꽤 능숙한 상태였어요. 그래서 새로운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서 기타를 시작한 거고.

링고: 그렇게 톰 요크의 길로…

형광소음: 그렇습니다.

링고: 유튜브 채널에 올린 글귀가 ‘순수’를 관통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. “멈춘 듯한 시간을 관통하는 이물감 / 토해내고 싶은 엉망스러움” 어떤 뜻일까요? 뮤비 작업에 관해서도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.

형광소음: 네, 그 글귀가 ‘순수’에 대한 가장 압축적으로 정리한 문장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. 뮤비는 제가 직접 제작했답니다. 고등학교 때 배웠던 걸 바탕으로… 그때는 그냥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, 하고 넘어갔는데 주변에서 스스로 해보라는 권유에 ‘어? 그럼 간단하게 한번 해볼까’ 이렇게 된 거죠. 그래서 발매일 전에 안 나오면 내지 말고, 되면 내자. 이런 맘으로 임했는데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까 한 달에서 한 달 반 동안 달렸죠.

링고: 꽤 걸리셨네요?

형광소음: 그 타이밍에 대학원 진학 준비와 함께 맞물려서 정말 힘들었어요. 또 처음으로 발매하는 거다 보니 프로필 사진부터 이것저것 너무 일이 많더라고요. 그래서 하루에 두 시간만 자면서 그렇게 보냈죠.

링고: 고생이 많으셨네요…

형광소음: 뮤비에 대해 부연하자면, 흔한 일상의 장면에서 시작해서 점점 일그러지고, 뒤엉킨 영상이 나오고, 그러다 점차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요. 가끔 제가 보는 현실이 그렇거든요. 실제로 환각을 본다는 건 아니고, 어떤 이미지적으로. 달리 말하면 현실은 아무렇지도 않게, 그저 제 모습 그대로인데 제 마음에 비친 현실이 그렇게 왜곡되는 거죠. 그걸 뮤비에서 표현하고 싶었어요.

링고: 나에게 투영된 세상과 실제 현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표현하셨군요.

형광소음: 제 세상의 순수라는 것의 시각화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.

링고: 이제 조금 순수에서 벗어나서, 네이버 뮤지션리그를 활용 중이신 것 같은데, 이런 플랫폼들과 SNS 운용 계획이 궁금합니다.

형광소음: 일단 뮤지션리그하고 유튜브에는 제가 만든 데모 음원, 혹은 작업 영상, 또는 비공식 뮤직비디오를 올리고 있어요.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그 채널들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습니다. 제가 원할 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디지털 플랫폼의 매력인 것 같아요.

링고: 그렇군요. 뮤지션리그는 좀 어떻던가요?

형광소음: 사실 제가 아직 한 곡 밖에 등록을 안 해서 공식 음원이랑 데모 하나만 업로드되어 있어 크게 활용을 못한 것 같아요. 그래도 뮤지션리그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지원 사업에 한번 응모해보고 싶어요.

링고: 즐겨 사용하는 악기는 뭔가요?

형광소음: 신스랑 기타. 기타는 에피폰 레스폴(Epiphone Les Paul)을 쓰는데.

링고: 아… 그 마저 너무 그 시절의 감성인데요?

형광소음: ㅎㅎㅎㅎ 여태껏 그 기타 하나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. 신디사이저는 가상악기에서는 세럼(Serum)을 즐겨 사용해요.

링고: 국민 세럼!

형광소음: 모듈레이션이 워낙 자유로워서 좋아요. 보통 리드로 많이 쓰시는데 전 좀 파괴적인 톤으로 써요.

링고: 의외네요. 세럼이 일반적으로 팝 음악에 많이 쓰이는데 파괴적으로 쓰신다니.

Moog Grandmother가 젠틀하다는 편견은 버려!

형광소음: 불규칙한 리듬을 만들거나 그럴 때 좋아요. 괴랄한 사운드를 만들기 편하더라고요. 예전부터 써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. 하드웨어는 무그(Moog)의 그랜드마더(Grandmother)를 애용하고 있어요. 드론 사운드 최강이에요. 그냥 피치에다가 S&H 걸고 레이트만 올리고 리버브 걸면 끝.

링고: 스프링 리버브 말씀이시죠?

형광소음: 네 맞아요!

링고: 패칭도 좀 활용하시나요?

형광소음: 네, 안 그래도 이따가 패치 케이블 긴 게 필요해서 좀 사갈게요!

링고: ㅎㅎㅎㅎㅎ 네, 사가세요 ㅎㅎㅎㅎㅎ

형광소음: 어우 끝까지 가야하는데 갖고 있는 케이블이 짧아서 답답하더라고요.

링고: 그랜드마더를 이런 음악에 사용하는 분도 전 처음 봤는데, 정말 의외의 조합이라 신선하네요.

형광소음: 아날로그의 따뜻한 질감이랑 세럼에서 내는 웨이브테이블의 그 차가운 디지털의 조합이 너무 좋더라고요.

링고: 정말 극단에 있는 느낌인데.

형광소음: 제가 그런 이질적인 걸 좋아해요.

링고: 테마랑도 맞네요.

형광소음: 그런 모순적인 걸 워낙 좋아해요. 차가움과 따스함의 양 극단을 활용한. 말해놓고 보니 제가 너무 변태 같네요.

링고: 딱히 부정은 못 하겠네요. 다음은 작업환경이나 DAW, 인터페이스 관련해서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.

형광소음: 전 주로 로직(Logic)을 사용하는데 다른 분들이랑 작업할 때 맥을 사용하지 않는 분들 때문에 큐베이스(Cubase)도 이용 중이에요. 근데 쓰다 보니 아예 큐베이스로 넘어갈까 싶더라고요. 혹은 에이블톤(Ableton Live)으로.

링고: 좀 결이 다른 것 같은데 왜죠?

형광소음: 가장 큰 이유는 미디 작업할 때 로직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고요. 특히 스트링 편곡할 때. 이를테면 리전에 네 마디로 b를 쭉 찍어요. 그런데 이걸 두 마디 사이에서 재생하면 소리가 안 나요.

링고: 아아…

형광소음: 전 이게 은근히 불편하더라고요. 큐베이스는 그런데 이게 돼서 요즘 고민입니다.

링고: 그런데 에이블톤은 왜?

Ableton Live와 Push의 조합은 진리 입니다.

형광소음: 약간 악기 같은 면모가 있어서. 요즘 공연을 어떻게 꾸릴까 고민 중인데 제가 기타를 치면서 나머지는 에이블톤과 푸쉬(Push), 혹은 머신(NI Maschine)을 이용하면 어떨까 싶어서 고려 중이에요.

링고: DAW를 바꾸시면 또 음악적인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. 기타를 잡으신 것 처럼.

형광소음: 그러게요. 오인페는 포커스라이트 포르테(Focusrite Forte)를 쓰고 있어요. 루프 백이 없어서 좀 아쉬워요. 근데 제가 컴퓨터 음악 작업을 시작한 이래 4, 5년 계속 쓰고 있는데 고장 한번 안 나서 잘 쓰고 있습니다.

링고: 내구성이 중요하죠.

형광소음: 인풋 두 개에 아웃풋이 하나라… 넘어가고 싶긴 해요.

링고: 라이브셋을 아까 구상하신 방법으로 꾸리려면 좀 애로사항이 있겠네요.

형광소음: 아무래도 그렇죠. 갈아탈 시기가 온 것 같아요!

링고: 링고랩 신디사이저 101 과정을 수강하신 후에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?

형광소음: 이전에는 신스를 만질 때, 아마 대부분 그럴 텐데 그냥 딱 보면 너무 어렵잖아요. 인터페이스도 다 다르고. 그래서 처음 보면 무서워요.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어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수강 후에는 다 다룰 수 있게 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. 외관만 다를 뿐이지 메커니즘이 다 동일하기 때문에 그게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. 거기다 음악적인 교류도 서로 하니까 좋더라고요.

링고: 마지막 질문입니다.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?

형광소음: 싱글 발매 후 다른 분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많이 생겼어요. 그래서 올해는 다른 이들의 앨범을 통해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. 신스 사운드를 유심히 들으면 저를 떠올리실 수 있을 거예요. 발매일이 아직 미정이라 차후에 더 자세한 걸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. 이외에 제 개인 작업은 사운드클라우드(Soundcloud)나 다른 채널들을 통해 하나씩 보따리를 풀 예정이니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.